128 X 208 밀리미터 / 128쪽

무선제본 / 11,900원

에세이

슬기로운 탐구생활

구슬기 지음

​디자이너의 말

영화 <리틀포레스트>의 주인공이 현존한다면 이런 모습일까, 생각했다. 손때가 타지 않은 것을 사랑하는 그녀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숲에 산다. 그녀가 먹고 사는 깨끗한 채소와 상쾌한 공기는 글자에 그대로 스며들어 읽는 이에게 전달되나 보다. 나 역시 원고를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톡톡 튀는 듯 기분이 좋았으니까. 우리네 삶에 존재하는 인간의 약점들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건 구슬기 작가가 가진 가장 큰 힘. <슬기로운 탐구생활>을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 만사 더러워도 우리 한번 잘 살아볼까? 슬기롭게! 

디자인 강소금

표지사진 박민들레

발췌

자연을 사랑하고 나무를 좋아하지만, 인위적으로 키우는 화초에는 큰 애정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키우기 쉽다며 선물 받은 화초도 유독 잘 죽이는 재주가 있다. 그런데 요새는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화초를 정성껏 가꾸는 엄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면서부터다. 엄마를 보면 화초 하나를 돌보는데도 손가는 일이 보통 많은 게 아니다. 화초는 새싹이 돋고, 키가 쑥쑥 자라고, 잎사귀가 무성해지다가도 갑자기 누렇게 병들며 엄마를 배신하기도 해. 엄마는 때 되면 분갈이를 하고, 계절마다 밖에 내어주었다 들였다 노역을 반복한다. 또 엄마는 햇빛 듬뿍 받으라고 화분 받침대도 적당한 높이로 직접 다 만드시고, 균형 있게 자랄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화분을 돌려놓으며 자리를 바꿔주기도 한다. 그러다 혹여 시들해지거나 시원찮은 기색이 보이는 화초가 있을 때면, 풀 죽은 아이를 달래듯 걱정하며 더욱 애정 있게 보살펴 주신다. 그러면 아파하던 화초도 엄마의 정성에 보답하듯 다시 살아난다. 그 모습이 기특해 칭찬해주면, 화초는 또 신이나 꽃까지 피우며 엄마의 애정에 화답한다. 그럼 엄마는 아이처럼 기뻐하신다. (22쪽)

내가 좋아하는 것을 탐구하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를 알아차리고, 서로의 민낯을 천천히 나누며, 나답게 살기 위해. 지금도 나는 삶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다. 나만의 보폭으로, 나만의 시선으로, 나만의 사유로 가장 나다운 슬기로운 탐구생활을 위해. 그러니 이제는 상상해본다. 내가 유행인 세상을.
“요새 슬기가 유행이라며?” (35쪽)

차례

1부 좋아하니까!

2부 내가 아닌 순간들

​3부 가슴 뻐근한 대화가 그리워질 때

​4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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