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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x 185 밀리미터 / 184쪽 /
형광그린별색 / 무선제본 

12,000원 / 독립출판물

시선집

갈증이 나서
냉장고를 열었습니다

유형길 지음

​디자이너의 말

살다보면 그런 날이 있다. 이유도 없이 잠들지 못하는 날. 물을 마셔도 갈증이 나는 날.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날. 그런 날은 혼잣말을 한다. 고개를 갸웃대며, 잇새로 바람을 들이마시며, "오늘 참 이상하네…"라고. 원고를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이 그랬다. 왠지 그런 날의 내가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은 혼잣말 같았다. 

이 책을 작업하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만난 적도 없는 한 남자가 있었다. 잠들지 못하는 새벽에 주방으로 나와, 냉장고 앞에 가만 쭈그려 앉아 있는. 그가 일어나 주방으로 나간 뒤, 침대 빈 자리에는 아직 죽지 못한 불쌍한 물고기가 꿈틀댔다. 새어 들어오는 불빛은 냉장고 문을 연 한 인간의 사색, 차가운 얼음은 그 불빛에 녹아 물이 되어간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을 작업하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만난 적도 없는 한 남자가 있었다. 책 디자인을 모두 끝냈을 때엔 나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 뜨끈한 누룽지를 끓여먹이고 싶었다. 괜찮다고, 뭔진 모르지만 다 괜찮을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발췌

익숙한 스웨트, 늘어난 니트 당신은 추위를 타던 사람이었던가. 무슨 색으로 울고 있었더라. 비슷한 계열을 입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괜히 나를 더욱 춥게 합니다. 내가 당신과 닮았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긁적 혹은 박박. 당신 입꼬리 올라갈 때 깔깔거리는 간지럼이 그립습니다. 알게 모르게 진달래꽃을 얼려놨습니다. (29쪽)

차례

1 방구석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2 내가 나를 고집할 수밖에 없는 이유
​3 생각 속 어푸어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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